소소해(昭笑偕)
밝게 웃으며 함께 하는 집
도시에 발을 딛고 눈으로 자연을 향하는 가족에게 공간은 어느 방향으로도 흐르며 도시와 자연 사이 균형을 잡고, 그렇게 꿈꾸는 집과 현실적인 집 사이에서 웃음을 품는다.
빨리 커가는 아이의 성장에 아파트 생활의 한계를 느끼던 건축주 부부는 자연스럽게 유학시절 생활하였던 단독주택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현업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부부는 더 늦기 전에 당신들의 주택을 만들어 사는 계획을 세우고 아이와의 추억을 집이라는 공간과 함께하고 싶다는 꿈을 건축가에게 전해왔다.
세종시 해밀동에 위치한 주거단지는 한쪽 방향은 도시를 바라보고 다른 쪽 방향은 자연(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도시를 떠나 살 수는 없지만 교외의 삶을 동시에 느끼고 싶어 했던 건축주 부부에게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새로 조성된 단지 내의 대지는 북서쪽의 도시방향에서는 도로로, 남동쪽의 자연 방향에서는 산책길로 접근이 가능한 독특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대지의 독특한 특성과 꼼꼼한 지구단위 계획에 따라 자연뷰 쪽으로는 크게 열려 있고 도시뷰 쪽으로는 조금 닫혀 있는 건물의 방향성이 생겨났다. 건물 내부에서 창의 위치와 크기도 이와 같은 자연뷰와 도시뷰의 대조됨을 드러내고 그것들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설계 초기단계에서 건축주 부부와 건축가는 딸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집을 구상했다.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어느 방향으로도 닫혀 있지 않아 계속 뛰놀 수 있고 순환하는 동선을 만들기 위해 설계자와 건축주는 끊임없이 소통하였다. 결과적으로 현관에서부터 거실, 식사 공간과 아일랜드 형식의 부엌이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되고 각 공간들은 하나 이상의 접근 방식을 가지게 되었다. 아일랜드로 된 부엌은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보조주방과 구분되고 보조주방은 또 하나의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현관과, 반대쪽의 문을 통해 외부와 연결된다. 여기서 슬라이딩도어는 가변형의 벽 열할을 하여 공간을 열기도, 닫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효율적인 공간을 만들어 줌과 동시에 1층 전체를 순환하는 동선을 만들어준다. 이렇듯 순환하는 동선은 건물의 내부뿐만 아니라 건물 외부를 감싸는 데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내외부의 동선이 끊임없이 연결되는 순환 고리를 만들어 낸다.
모든 공용공간은 집의 중심인 거실에서 시각적인 연결을 부여하기 위해 계단과 동선을 드러내어 거실과 연결시키고 아이의 방에 거실을 향하는 내부창을 뚫어 엄마의 시선이 아이의 동선과 교차할 수 있게 하여 집안 어디에서라도 가족구성원들이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두개 층을 아우르는 높은 층고의 거실은 벽난로를 중심으로 외부의 뷰와 계단, 1, 2층의 동선을 조화롭게 연결한다. 2층에 위치한 안방(master suite)은 자연 뷰를 가진 침실이 두개로 구분된 드레스룸 (walk in closet)을 통해 화장실로 연결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아침에 동시에 출근을 준비하는 건축주 부부를 위해 특별히 설계되었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큰 욕조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방은 앞서 언급했던 도시 뷰와 자연 뷰를 함께 볼 수 있는 세심하게 설계된 창문과 거실을 바라보는 내부로 열리는 창문을 가지고 있다. 건물의 옥상에는 아담한 크기의 외부 데크가 건물 형태의 난간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계획된 주거단지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마당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하였다.
건물 전체의 디자인 구상하면서 우리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집의 이미지를 끄집어내는 대신 ‘집’이라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사방이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으나 각 방향에서의 형태는 각기 다른 집의 아이콘과 같은 형상을 띄게 되었고 이는 건축주가 꿈꾸었던 집의 이미지와 현실적인 집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주었다. 소소해(昭笑偕)는 건축주의 자녀이름을 따와 지은 이름으로 밝게 웃으며 함께하는 집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겸손하신 건축주 부부와 딸아이가 주택의 이름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